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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호사설 제6권 Edition of Original Text  Image of Original Text  Open Wind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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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물문(萬物門)
공청(空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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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왕(先王)이 만년에 안질을 앓았다. 그때 온갖 치료를 해도 효험이 없게 되자, 의원은, “공청(空靑)을 써야 하오.”라고 했다. 그래서 사람을 차출, 은(銀)을 많이 싸가지고 연경에 가서 사오도록 하고, 또 중국 예부에도 주문(奏文)을 전달하였다. 중국서는 이 소식을 듣고 행인(行人)을 보내서, 내부(內府)에 소장된 공청을 주게 하였다. 공청이 도착하여서 깨뜨려 보니 속에 든 물이 이미 말라서 겨우 속눈썹에 한 번 바를 만한 정도뿐이었다.
얼마 후에 실없는 사람 최수만(崔壽萬)이란 자가 어떤 재상(宰相)에게 찾아와서 말하기를, “이상한 술법을 부리는 중이 있는데, 그는 토맥(土脈)을 보아 공청이 있고 없는 것을 잘 압니다. 그의 지시에 따라 캐게 되면 반드시 공청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니, 관에서 그 비용을 부담해 주십시오.” 하였다. 그리하여, 성천(成川)에 이르러 과연 한 덩어리 큰 공청이 발견되어 방백(方伯)이 중앙으로 올렸기에, 깨뜨렸더니, 그 속에 들어 있는 물이 넉넉히 쓸 수 있자, 조신들은 모두 최수만을 믿고 중의 술법을 기특하게 여겼다.
그러나 나는 이 말을 듣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수만(壽萬)은 죄받을 일이다. 왜냐하면 소위 공청이란 것이 위조이기 때문이다. 조신(朝臣)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왜냐하면, 전일에는 온갖 수고를 다해 구했어도 공청 발견했다는 소문도 듣지 못했더니, 중국 공청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을 보고 그 생긴 모양을 안 다음에야 비로소 캘 수 있었다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자고로 공청을 캔 자 중에 토맥을 보고 알았다는 이는 한 사람도 없었는데, 지금 이 중은 천고에 없는 술법을 깨달아 공청을 캤다고 하니,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다. 이런 사람의 간교란 못할 짓이 없는데, 거짓말을 팔아먹으려고 한다면, 위조할 만한 술법이 얼마든지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조정에서는 그 중을 불러 들여서 공청의 진위(眞僞)를 실험해 보지도 않고 그냥 임금에게 썼으니, 이는 지혜로운 일이 못된다.” 그 후 귀관(貴官) 중에 그 중에게 공청을 구하는 자가 많았어도 끝내 발견한 것이 없었다고 한다.


ⓒ 한국고전번역원 ┃ 김철희 (역) ┃ 19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