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href="#"></a>
<a href="#"></a>
 성호사설 제8권 Edition of Original Text  Image of Original Text  Open Window
확대 원래대로 축소
 인사문(人事門)
도가자제부(屠家子祭父)
[DCI]ITKC_mk_g008_003_2002_06890_XML DCI복사 URL복사

진북계(陳北溪)의 《성리자의(性理字義)》〈번로(繁露)〉의 한 조목을 인용하여 말하기를 “어떤 사람이 자기 아버지의 제사를 마치고 남에게 말하기를 ‘어떤 관원이 훌륭하게 차려 입고 나오려다가 머뭇거리고, 머리털이 흐트러진 어떤 귀신이 손에는 도도(屠刀 짐승을 잡을 칼)를 잡고 용감히 앞에 나와서 제사를 흠향하니, 이는 무슨 귀신인가?’ 하니, 어떤 늙은이가 말하기를 ‘그의 집이, 옛날에 아들이 없어서 성이 다른 백장집 아들을 데려다가 양자로 삼았다. 지금 제사지내는 사람이 저 백장집 아버지와 할아버지만 감통(感通)하여 부른 것이요, 그가 이은 본가의 조상은 그 기류(氣類)가 아니므로 교접하여 감통할 리가 없다.’ 하였다.” 하였는데, 이 말은 꼭 그렇지가 않다.
무릇 《예경(禮經)》 중에, 조선(祖先)이 아닌데도 제사한 자가 또한 많았으니 그 까닭은 어째서인가? 제사를 흠향하고 하지 않는 것은 제사하는 사람 마음의 정성에 달려 있으므로, 그 거처하던 바와 음식먹던 바와 웃고 말하던 바를 생각하여, 재계(齋戒)한 지 3일 만에 반드시 재계하여 생각하는 어버이를 봄이 이와 같으니, 비록 기(氣)가 다른 이성(異姓)이라도 어찌 이르지 않을 리가 있겠는가?
어떤 사람이 나에게 사랑으로 양육하고 구해 주어 잊지 못할 큰 은혜가 있다면 본디 폐하지 않고 제사지내 주어야 합당한데, 진실로 이 말과 같다면 무익하다 하여 폐지해 버리는 것이 좋겠는가? 이는 마귀의 농락에 불과하다. 그 사람이 백장집 아이임을 아들은 알지 못하였으나 알고 있는 사람이 있었고, 귀신도 알았으므로 환상(幻象)으로 꿈에 나타남이 이와 같은 것이다. 동중서(董仲舒)에 미치지 못한 자는 다 이 이치를 알지 못한 것이다.

[주C-001]도가자제부(屠家子祭父) : 백정집 아들이 아버지를 제사함.
[주D-001]진북계(陳北溪)의 《성리자의(性理字義)》 : 송(宋)의 학자 진순(陳淳)이 지은 《북계자의(北溪字義)》. 진순의 자(字)는 안경(安卿)이고 북계(北溪)는 호. 저서로는 《논맹학용의(論孟學庸義)》ㆍ《자의상강(字義詳講)》ㆍ《북계대전집(北溪大全集)》 등이 있다.
[주D-002]《번로(繁露)》 : 한(漢)의 동중서(董仲舒)가 지은 《춘추번로(春秋繁露)》로 17권이다.
[주D-003]재계(齋戒) …… 어버이를 봄 : 이 말은 《예기》 제의(祭義)에서 따온 말이다.

ⓒ 한국고전번역원 ┃ 김동주 이동환 이정섭 (공역) ┃ 19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