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href="#"></a>
<a href="#"></a>
 익재난고 제10권 Edition of Original Text  Image of Original Text  Open Window
확대 원래대로 축소
 장단구(長短句)
자고천(鷓鴣天) 신락현(新樂縣)을 지나면서
[DCI]ITKC_mk_h016_002_2000_02760_XML DCI복사 URL복사

밤새 내린 비 아직 개지 않았는데 / 宿雨連明半未晴
안장에 올라 잠시 또 앞길 묻는다 / 跨鞍聊復問前程
들밭에 서 있는 학 어느 산을 생각하나 / 野田立鶴何山成
역사 버들에서 우는 매미는 이곳에서 나는 소리다 / 馹柳鳴蜩是處聲

천고의 일에 / 千古事
인생 백 년 심정 / 百年情
뜬 구름 일었다 사라지고 달은 기울고 차네 / 浮雲起滅月虧盈
시가 다 되면 도리어 청산 보고 웃어대거니와 / 詩成却對靑山笑
결국은 공명을 해서 어쩌자는 것이냐 / 畢境功名怎麽生

2 9월 8일에 송도(松都)의 친구들에게 부치다. 추록(追錄).
객지에서 좋은 때를 자주 외롭게 지냈지마는 / 客裏良晨已孤
국화를 내일 뉘와 함께 즐기나 / 菊花明日共誰娛
문 닫으니 저녁놀이 풀잎 위에 물들고 / 閉門暮色迷紅草
벽오동 지나는 가을 소리가 베갯머리에 들리네 / 欹枕秋聲度碧梧

석 자나 빼문 입에 / 三尺喙
두어 줄기 수염 하고 / 數莖鬚
홀로 시구 읊조려 노래에 대신한다 / 獨吟詩句當歌呼
고향의 정원에선 전과 같이 용산의 모임 있을 테지만 / 故園依舊龍山會
그래도 술통 앞에 내가 없다고 말하려 들겠나 / 剩肯樽前說我無

3 보리술을 마시고서. 그 법은 용수도 쓰지 않고 눌러짜지도 않고 대통을 독 속에 꽂고서 좌중의 객들이 차례로 가면서 빤다. 곁에다 잔에 물을 담아놓고 마신 분량을 재서 그 속에 물을 따라넣으면, 술이 다 없어지지 않는 동안에는 그 맛이 변하지 않는다.
진주 같은 술방울을 밤바람 속에 떨구지 않았는데도 / 未用眞珠滴夜風
푸른 대통에 무르익은 술의 기운 통한다 / 碧筩醇酎氣相通
혀에 닿는 금빛 진액으로 처음 가득 찼다고 의심했는데 / 舌頭金液疑初滿
눈 아래 누런 구름 빠져내려 텅 비려 한다 / 眼底黃雲陷欲空

향기는 끊어지지 않고 / 香不斷
맛은 다할 줄을 몰라 / 味難窮
다시 봄 이슬 보태서 긴 무지개 빨아들인다 / 更添春露吸長虹
마시는 비결을 사람들이 묻는다면 / 飮中妙訣人如問
생황 불 줄 알면 곧 잘할 수 있다 / 會得吹笙便可工

4 양주(楊州)의 평산당(平山堂). 지금은 팔합사(八哈師)가 거처하는 곳이 되었다.
악부로 이 당이 있음을 알았으며 / 樂府曾知有此堂
길가는 사람도 구양수를 이야기할 줄 안다 / 路人猶解說歐陽
당 앞의 버드나무는 흔들려 낙엽져 버렸고 / 堂前楊柳經搖落
벽에 있던 용사는 아득히 사라져 버렸구나 / 壁上龍蛇逸杳茫
구름은 엷게 머물러 있고 / 雲澹佇
달은 황량하여 / 月荒涼
지금 세상에 감개하고 옛 일 생각나 옷깃 젖으려 하네 / 感今懷古欲沾裳
호승은 감정이 없는 물건이라 / 胡僧可是無情物
털로 만든 승의를 머리에 쓰고 잠의 세계에 들어갔다 / 毳衲蒙頭入睡鄕

5 학림사(鶴林寺)
길가에 무성한 대나무들 산과 산을 이어놓고 / 夾道修篁接斷山
작은 다리의 흐르는 물 평평한 밭을 달린다 / 小橋流水走平田
구름 사이엔 황새 찾아볼 곳 없는데 / 雲間無處尋黃鶴
눈 속에 그 누가 두견화를 피웠나 / 雪裏何人開杜鵑

부귀를 자랑하고 / 誇富貴
신선을 흠모하지만 / 慕神仙
결국은 또 꿈같이 멀다 / 到頭還似夢悠然
승방의 반나절 한적한 그 맛은 / 僧窓半日閑中味
단지 시인만이 그 비결 터득한다 / 只有詩人得祕傳
다 산중의 고사들이다.

[주B-001]장단구(長短句) : 사(詞)의 별칭. 매구(每句)의 자수가 전편에 걸쳐 일정한 것을 원칙으로 하는 제언체(齊言體)의 시(詩)와는 달리, 사(詞)는 형식상으로 구법(句法)의 장단이 일정하지 않은 점을 따서 장단구라고 부르기도 한다. 시여(詩餘) 전사(塡詞) 악부(樂府) 등의 별칭도 있다. 여기에 실려 있는 이제현의 장단구는 익재사(益齋詞)라는 명칭으로 청 나라 주효장(朱孝臧 본명 조모(祖謀))이 편찬한 중국 역대사총집인 《강촌총서(彊村叢書)》 끝에 원대사(元代詞)의 하나로 편입되기고 하였다.
[주C-001]자고천(鷓鴣天) : 천엽련(千葉蓮)ㆍ반사동(半死桐)ㆍ어중호(於中好)ㆍ사가객(思佳客)ㆍ사월인(思越人)ㆍ간서향(看瑞香)ㆍ제일화(第一花)ㆍ금연(禁煙)ㆍ전조하(翦朝霞)ㆍ취매화(醉梅花)ㆍ금자고(錦鷓鴣)ㆍ피소년(避少年)ㆍ자고인(鷓鴣引)ㆍ여가일첩(驪歌一疊) 등 별칭이 많은 사태(詞態)다. 상조
[주C-002]신락현(新樂縣) : 지금의 중국 하남성(河南省) 신향현(新鄕縣).
[주D-001]용산의 모임 : 중양절에 친지들이 술마시고 노는 모임. 진(晉) 맹가(孟嘉)의 용산낙모(龍山落帽) 고사로 인해 중양절에 모여 술을 마시는 것을 용산의 모임이라 부르게 되었다. 《晉書 孟嘉傳》
[주D-002]양주(楊州)의 …… 팔합사(八哈師) : 평산당은 지금의 중국 강소성(江蘇省) 강도현(江都縣) 서북에 있는 촉강(蜀岡)에 있다. 본래 북송(北宋) 인종(仁宗) 때에 양주 군수(楊州郡守)로 있던 구양수(歐陽脩)가 세운 것이다. 《여지기승(輿地紀勝)》 등의 기술을 보면 평산당에서의 전망이 강남의 여러 산들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장관이라고 했다. 팔합사는 호승(胡僧)이다.
[주D-003]악부(樂府)로 …… 알았으며 : 구양수가 지은 사(詞)를 두고 한 말. 구양수는 시문의 대가였지만 사도 많이 썼다. 그의 육일사(六一詞)에 조중조(朝中措) 조로 평산당을 노래한 사가 1편 들어 있다.
[주D-004]벽에 …… 버렸구나 : 용사(龍蛇)는 필세(筆勢)가 좋게 씌어진 초서(草書)를 말한 것이다. 앞에 인용한 구양수의 조중조사 후단에 휘호만자(揮毫萬字)라는 구가 있는데, 지금은 구양수가 쓴 글씨를 찾아볼 수 없다는 뜻으로 한 말이다.
[주D-005]학림사(鶴林寺) : 지금의 중국 강소성(江蘇省) 진강현(鎭江縣) 황학산(黃鶴山) 밑에 있다. 중국에는 황학산이 여러 곳에 있는데, 선인(仙人)과 황학의 고사가 있는 곳은 본래 이 학림사가 있는 황학산이 아니고, 호북성(湖北省) 무창현(武昌縣)에 있는 황학산이다.

ⓒ 한국고전번역원 ┃ 송지영 (역) ┃ 1980